▒ 연암연구소 ▒
 
작성일 : 12-07-06 21:00
기억이 떨어지는 어느 날
 글쓴이 : 능재
조회 : 283  
 
  요즘은 책을 조금만 읽어도 눈이 침침하고 눈꺼풀에 납덩이를 매달아 놓은 듯하다.
 아직도 새파란 공부다운 공부도 못해본 세상살이에 이래서야 되겠는가 싶은데 어떤 일을 여러 사람에게 설명한 내용을 누가 다시 물어도 머리에서 입에서 맴맴 돌기만 하고 눈에 가물가물하기만 하여 소리로 나오지 않으니 이를 어쩌나 싶다.
 조선중기에 김득신金得臣, 1604~1684이란 이는 기억력에 관한한 빼놓을 수 없는 분이라 짚고 넘어가면서 이야기를 늘어뜨려 보자. 이분의 독서력은 정말 대단하였는데, 1만 번 이상을 읽어야 독서목록에 올릴 지경이라니.....
 특히 사마천의 사기 중 <백이전佰夷傳>은 11만 3000번을 거듭 읽어 그의 서실書室의 이름조차도 ‘억만재億萬齋’라고 지었다 하니 그 독서 편력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런데 하루는 이 김득신이 하인과 길을 가다 책 읽는 소리를 듣고는
 “그 글이 익숙하기는 한데 어떤 글인지 생각이 나지 않네.
 라고 하자, 
 말 고삐를 끌고 가던 하인이
 “<백이전>입니다.”
라고 하였다나....
 학문의 힘이 어디 하루아침에 길러지겠는가만은 평생 10만 번이 넘게 읽어 놓고도 그 구절이 어느 책에서 나왔는지가 기억나지 않았다면 이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런데 나는 2~3번 읽은 책조차도 몇 권이 되지 않으니 시일이 지나면 잊어버리고 마는 것이 당연하고 당연한데 기억이 나지 않으면 스스로 이를 서러워하였다.
 작은 독서로 큰 결과를 얻으려는 자만을 경계한다.
 이후 김득신이란 이분은 부족한 기억력에도 포기하지 않고 공부하여 과거에 급제하고 성균관에 들어갔다니 기억력은 없어도 공부는 가능한가 보다.
하물며 이제 공부자체로 공부를 하고자 마음을 내려하는 바에  잃어버리고 달아나려는 기억을 나무라는 것이 잘못이리라. 이선웅